분명히 2013. 5. 3. 02:07
 
 

회사 때문에 우연히 알게된 사람이 있다
오랜 인연은 아니었는데
그 분은 상대방이 말을 할때
그렇구나 하고 추임새를 넣는 습관이 있었다
게다가 상대방이 말을 하고 있을 때면
웬만해선 중간에 말을 끊는 법이 없었다
물론 나와의 대화가
내가 그를 경험한 거의 전부였니까
뭐 늘 그런지는 몰라도 그랬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 사람을 나중에 일로써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땐 처음 며칠보다는 길었는데
그 때도 역시 그는
그렇구나
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면 꼭 마지막 답은
그렇구나
그리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신기하게도 그 그렇구나는
그가 나의 말을 상당히 귀 기울여 듣고 있고
내 입장을 늘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그닥 친한 것도 아닌데
개인적인 질문에도
성실하게 답하게 되고
왠지 진실되게 주절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는 나의 생각에 호응한다고 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의견과 생각을 충분히
들어준 그의 의견에 내가 끌려가고 있었고
반대의 주장일땐 타당하게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그가 필요한대로 일이
진행된 경우가 더 많았음에도
나는 부당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 거 같다



이 그렇구나는
상당한 마법의 단어구나



시간이 흐른 뒤에
무한도전 무한상사에서
대화로 서로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게임형식을
진행하면서
이 그랬구나 그렇구나
를 쓰는 것을 보았다
물롱 코믹으로 풀어나갔지만
이 단어가 진짜 강력한 힘을 가진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그런 언어습관을 가지게 되었을까
혹은
자신이 그런 마법의 언어를 쓰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