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부리기.
여기저기 댕기는 일을 하는 덕분에
저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예요
금요일은 스케줄을 최대한 짧게 잡을라고 합니다.
왠지 금요일은 그래야할 것 같아요.
괜히 늦게 끝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도로위에서 시간을 다 써버릴 수도 잇으니까.
그리고 어쩐지 금요일마다 날씨가 좋아서 마음을 팔랑거리게 하니까요
그래서 아직 사람들의 불금이 시작되지 않았을 때
나 혼자 쪼끔 먼저 불금을 시작합니다.
가끔.
퇴근길,
집으로 가기 전
한강공원으로 살짝 새어나와서
혼자 돗자리를 피고 누워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 합니다
음악도 틀고 다리도 쭉 뻗고
어색하게
티나지 않게 고개도 까딱까딱.
발도 흔들흔들
여유부리는 건 나 혼자인 줄 알았는데
풀밭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요.
당신은 백수인가요
당신은 자영업자입니까?
왠지 부럽네..
나는 몰래 땡땡이 치는건데
당신의 땡땡이는 오피셜입니까?
강아지들도 신나서 막 뛰어다니고
애기들도 깔깔거리고 초음파를 쏘면서 뛰어다닙니다.
먼지 날리잖아 이것들아.
옥상마당이 생기면
주말마다 햇볕에 뽀송뽀송 이불을 말려야지
하던 나의 ㅅㅑ방샤방 계획은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젠 이불을 널어놓으면
잘때 재채기를 하게 돼요.
먼지냄새가 나서 이불을 다시 빨아야 합니다.
중국 개개끼야.
이제 겨울이 완전히 간거 같으니까
아침에 일어날때 땀이 삐질나니까
이불을 바꿀때가 되었습니다.
무거운 이불이여 안녕.
너희들을 동전빨래방까지 데려가는 건 정말 힘들어.(양모이불은 무거움)
하지만 세탁기 속에서 하얀 거품을 내며 쌩쌩 돌아가고 있는 걸
멍때리고 지켜보는 건 기분이 좋습니다.
세탁기를 쳐다보다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집 세탁기에서 빨래를 하면 보통
세탁20분에 헹굼3회 탈수4회를 하게 되는데
한시간 반 정도가 걸려요.
근데 동전빨래방 세탁기는 똑같이
세탁/헹굼3/탈수4를 하는데 30분이면 빨래가 끝나요.
그런데도 깨끗하게 빨래가 되긴 하는걸까요?
헹굼이 적어서 제대로 세제가 안 씻겨지는건 아니야요?
더 많은 손님을 모을라고 일부러 세탁시간을 짧게 조정해놓은건 아닌걸까요?
그렇다면 왠지 억울하다
새로 시작한 일이 익숙해지면서부터
월요일에는 주기적으로 게으름을 부리고 있습니다.
(금요일은 게으름이 아니라 여유)
좀 더 늦게 일어나고 좀 근처로 움직이기.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부르지만
꼭 커피를 마시게 됩니다.
그래야 완전히 식사가 끝난 것 같지 않나요?
내가 밥을 사니까 언니가 커피를 사준다기에
한번 거절을 하고 두번째에 수락을 해서
맛으로 유명한 커피집에 가서 추천해주는 원두에 라떼를 시켰어요.
왠지 버터리한 맛이 난다고 후기를 말했지만
사실 나는 커피 맛은 잘 구별할 줄 모르는 쪼렙입니다.
일하러 갈라면 커피를 다 비워야 하니까
혼자 공원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로 합니다.
1시가 되면 점심시간이 끝난 직장인들이
다 사라져서 공원은 조용해지고.
뭔가 주변인이 된 기분도 나고
혼자 여유만만으로 사치스러운 느낌도 납니다요.
오늘은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를 입었기 때문에
뭔가 OL같은 느낌이 더해져서
왕따 직장인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