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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바리움

분명히 2025. 3. 5. 13:47

왓챠는 영화를 본 후, 별점을 매길 시간을 주고 그 점수를 다음 영화 추천 알고리즘에 반영한다.
0점은 빵점, 5점은 최고점이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고 빈 별칸이 나오면 나는 순간 고민에 빠진다.
대부분의 영화는 3.5~5점 사이가 된다. 그 이하의 영화는 견디지 못하고 보는 중간에 꺼버린다. 

5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는 뜻이다. 강력 추천! 완벽한 영화. 소재가 신선하고, 구성도 뛰어나며, 연기도 훌륭하다.
4.5점은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여전히 멋진 영화라고 생각할 때 준다.
4점은 한두 개의 큰 결점이 있지만, 이 정도 영화라면 나에게 또 추천해도 된다고 느낄 때.
3.5점은 잘 봤지만 너무 어려웠거나 메시지가 부족했던 영화에 주는 점수다.

빈 별칸이 뜨고 사라지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잠깐 고민한 후 나는 3.5점을 주었다.
매끈한 연출과 훌륭한 연기, 그리고 좋은 구성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말하려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심플해서 혹은 너무 숨겨져 있어서, 과연 감독이 무엇을 전달하려 했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기본 정보에서 SF와 공포 장르라고 봤기 때문에, 퍼렇고 어두운 분위기가 섬뜩하게 느껴졌지만, 영화는 그 컨셉과 아이디어에 너무 매몰된 것 같았다.

그 후, 관련 리뷰들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리뷰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내 별점을 수정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대부분의 리뷰들은 외계인에 초점을 맞춰 결말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따지면 내 별점은 바뀔 필요가 없다. 신기한 이야기를 외계인의 짓으로 단순화하는 건 너무 시시하고 평범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욘더'를 현실로 느꼈다.
매일 의미 없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로 출근하는 아버지, 부정했지만 결국 독박 육아를 맡게 되는 엄마,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것, 아이.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았다고 선언하는 순간, 부모는 버려지고 죽는다.

우리는 그런 일상을 반복하는 현실 속에 있다.

SF처럼 보였지만, 사실 SF가 아니었다.

톰과 젬마는 그저 '집'을 원했을 뿐이다.
그 집은 안정되고 포근한 안식처라기보다는, 우리가 똑같은 세상에 갇혀 사육되는 '비바리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집을 방문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벗어나봤자 비슷할 거라는 생각에.
처음엔 단순해서 좋았던 그 집, 그런데 너무 단순해서 결국 끔찍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제, 나는 '비바리움'을 4점으로 바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