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2025. 1. 4. 10:33

여행자의 쓴맛 나는 여정

내가 사는 도시는 대형 카페 천국이다. 주차 편하고 뷰도 좋고, 친구랑 수다 떨기엔 딱이다. 하지만, 커피 맛은? 솔직히 그런 곳에서 “와, 이건 진짜 맛있다!“라고 느낀 적은 거의 없다. 그냥 ‘마실 만한’ 수준이다. 그럼 도대체 맛있는 커피는 어디 있냐고? 그건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 곳은 대체로 숨어 있거나 주차장이 좁아 터졌으니까.

우리 동네에도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한 카페가 있다. 특히 그곳의 아메리카노와 드립백은 예술이다. 아니, 드립백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건가? 오랫동안 보관해도 신선함이 유지되고, 마시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한숨) 이 가게의 유일한 단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사장님이 말이 너무 많다는 거다. 지나치게 손님에게 관심을 쏟아서 커피 마시러 갔다가 상담받는 기분으로 나오게 된다. 커피는 최고인데, 가게 가는 게 자꾸 망설여지는 이유다.

그나마 “새로운 맛을 찾아보자!” 하고 최근 두 번 연속으로 방문한 로스터리가 있었다. 원두 종류만 7가지! “이 사람들, 커피에 진심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커피를 마셔보니 맛이 생각보다 심심했다. 레이어도 부족하고, 잔향도 금방 사라져버린다. 마치 겉만 번지르르한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느낌이랄까? ‘커피에 진심’이라는 허울 좋은 말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결국, 진짜 맛있는 커피를 찾는 여정은 늘 어렵다. 맛있는 커피와 편안한 환경, 그리고 적당히 침묵을 지켜주는 사장님이 있는 곳은 정말 드물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커피 한 잔에 세상이 달라지는 순간을 찾으려는 나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언젠가 그 모든 걸 갖춘 완벽한 커피 한 잔을 만나길 바라며, 오늘도 또 다른 카페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