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어마어마하게 좋은 주말에
부산으로 갔다
생전 가보지 못했을 이 동네를
이제는 매년 적어도 두세번 가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이 사시는 동네,
삐까뻔쩍한 차들은 명절에만 주차전쟁을 벌이는 동네,
길고양이들이 지붕 위에 널려진(잠을 자는거임) 동네
제대로 된 외식당도 없고 구멍가게가 있는 동네
몇 번이고 가도 길을 잘 모르겠는 이 동네.
언젠가부터 이 골목에 정이 붙기 시작했다
좁고 구불구불하고 오르락내리락 길은 완전 울퉁불퉁
곳곳에는 길강아지들의 응가도 있고
가끔 쓰레기들도 있지만
왠지 이런 골목길이 정겹다
이 동네는 왠만한 식당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다
워낙 수요가 없기 때문인데
터줏대감 같이 오래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통닭집이 있다.
어릴때의 통닭은 모두
닭한마리가 똥색 봉투에 그려진
영양통닭
요녀석은 그림에 그려진 통째로 닭이 먹고 싶어서
닭집에 가서
아줌마 이 그림에 있는 닭 먹을라면 뭐 시켜야돼요?
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제 이 영양센타는 맞은편에
훨씬 큰 닭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이 닭집 주인아저씨는 바로 근처에 빵집도 같이 경영하고 계시다.
그래서 거기서 파는 전병같은거도 닭집에도 똑같이 판다.
밀가루를 여기저기 잘 활용하시나봐
요녀석은 여기 통닭이
구름위를 걷는 맛이라고 한다.
한번은 대구에 사는 회사동료분들이 완전 신기한거 보여줄게
하고 데려갔던 대구똥찝튀김집.
완전 새롭지. 이런거 첨보지? 하고 사람들이 자랑했을때
이거 우리동네에도 있는데요?
하고 하나도 안신기했던 경험을 얘기해줬다
여기는 정말 부산에서는 잘 없는 똥집튀김도 판다.
닭 맛있다. 냠냠
족발도 파는데 사실 그건 별로다.
요즘 통닭들은
너무 크게크게 조각 썰어서 튀김옷의 맛을 잘 느낄 수 없는데
청량리 꼬꼬닥도 그렇고 여기도
작게작게 썰어서 바삭바삭한 느낌을 그대로 살렸고
양도 많고
맛있다.
심지어는 양배추샐러드도 준다.
이거는 청량리 꼬꼬닥.
간장고추소스가 너무 좋아
며칠전에 또 먹으러간 이그래의 증언으로는
주인 아주머니가 잠시 쉬는 동안
맛이 예전 맛이 아니래ㅜㅜ 변하지마
이거는 양정 꼬꼬닭
양 엄청 많아 이게 반마리.
튀김옷 색깔이 엄청 맑고 깨끗하다.
요녀석이랑 둘이서 벌써 한 상자 다 먹고
두상자 째 공략중
나의 사정상 이그래씨한테
동영상방 대신 사진으로 먹방을 했는데
이그래씨가 이 양배추를 보고 신나서
남겨놔 라고 문자를 보내기 전에
이미 내가 다 해치웠다.
나도 좋아한단 말이야.
닭을 사서 걸어 올라가는 길이 낭만적이다
아 좋아
천천히 가세요
그리고 또 언젠가부터
이 골목에 이쁜 그림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약속이 있어 나와보니
고양이들이 안보인다
봄볕이 강해져서 어디 지붕 밑에 숨어들 있나보다
대신
담장너머 우체통이 보인다
어멍.
빨래까지 이뻥
나와서 보면
요 그림
완전 반전적이야
얽혀있는 전깃줄.
계량기.
전봇대.
그림.
그림골목 제목 설명
오르막길을 막 올라오다가
왼쪽으로 딱 꺾으면
이 그림이 거의 제일 먼저
오렌지부터 보이는데
그래서 왠지 나는 이그림이 좋다.
왠지 느낌이 좋은 그림
색깔이 잘 어울려
산이 많고 산동네도 많은 부산에는
이렇게 골목에 그림을 그려서
걷기 좋은 골목길 사업을 하고 있다.
골목길 좋아.
봄에는 골목길 걷기 참 좋은데
다른 골목길들도 막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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