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홍대 신촌 사이에 끼어서
엄청 조용하면서도 식당문명의 혜택이 적은 우리동네는
일요일 밤이면 밖에 나가서 뭔가를 사먹기가 너무 어렵다
동네 한바퀴를 돌았는데 대체 먹을게 없어.
이제 겨우 일요일 저녁 8시일 뿐인데.. 마지막 희망이었던 서강대 앞 건너편 술집들마저 문닫았잖아
쓸쓸하게 발걸음을 돌려 들어간 곳이
원더풀 샤브샤브
얼핏 봐서는 여기가 영업을 하는 곳인지(입간판이나 돌출간판이 없다 그냥 간판도 모가지를 높에 올려야만 볼 수 있게 엄청 꼭대기에 붙어있다)
대체 뭘 파는 곳인지(간판만 써있고 자랑 메뉴같은게 하나도 안 붙어있다)
장사를 할 마음은 있는 곳인지(외부조명이 거의 없이 어두움, 문이 맨날 닫혀있음)
알 수가 없는 곳이라 늘 지나지치만 했던 곳인데
늘 손님이 들어차 있긴 한데 대체 정체를 알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만 가볼 수 있는 거지.
혹시나 가격이 너무 비싸면 어쩌지.. 했지만 마침 밖에 완전 처음으로 (동네 이사온지 4년만에) 매생이 굴 어쩌고가 8000원이라고 써있길래 아 다른게 다 비싸도 저거라도 먹고 나오면 되겠지
하고 들어가게 되었다.
식당 포스팅을 하면서
내가 여길 왜 갔고 가기전의 여정이 어쨌다 주절주절 쓰는 애들 글들이 죄다
읽기 싫고 쓸모 없이 여겨졌는데
내가 그러고 있네?
나는 뭐 파워블로거도 아니고 내 포스팅에는 사진도 별로 없으니
정보 탐색할라고 들어온거면 지금 알려줄라니까 여기서 나가요.
맛있으니까 가도됩니다.
네..
?
.
.
.
다들...
갔...나?
흠흠...
암튼 나도 여기 온 김에 블로그들이 뭔가 추천메뉴 써놓은게 있나..
살펴보았는데
샤부샤부집인데 아무도 샤부샤부를 시키지 않는 집이라고 한게 눈에 띄어서
딴걸 시켜보았지
사실 샤부샤부가 너무 비싸 ... 다른데의 2배 가격이라서 못 시켰어..
왜냐면 오늘은 내가 밥값을 내기로 했기 때문이야..
식당은 샤부샤부를 메인으로 하는 중국집이었다.
꿔바로우가 먹고 싶은데 동대문 갈일이 잘 없는데
여기는 서빙하는 언니들이 중국말 잘하는 중국사람인거 같으니 믿고 시켜보겠다.
중국집에 오면 자장이나 짬뽕은 꼭 시켜봐야해
한식당가면 김치맛은 꼭 봐야하고.
근데 나는 요즘 소식을 하는 사람이니까 둘중에 하나만 시켜야돼.
그래서 자장.
근데 그냥 짜장은 없어보이니까 간짜장. 나는 면보다 옆에 있는 야채들이 좋으니까..간짜장을 시키려는데
없잖아 젠장 뭐야
원더풀특선짜장이라는게 있구나
시켜보자.
어머.
꿔바로우가..
커다란 돈가스처럼 나왔어
언니가 바로 잘라줘 물어보지도 않고..물어봤으면 잘라달라고 했을거지만 그래도 뭔가 한마디는 해주지.
잘라드릴게요.라거나 자를게요.라거나..쳇
꿔바로우는 케찹냄새가 코를 훅 찔러서
으악 이거 뭐야
유치한 장난감 맛이야?
애기들 간식맛이면 어떡하지. 실망하기 싫은데..
입에 넣는다.
씹는다. 쫄깃쫄깃.
맛있다. 궈바로우.
특히 같이 주는 고추기름같은거에 꼭 찍어먹어야 된다.
톡쏘는 소스맛이 부드러워지면서 전체적으로 맛이 있어진다. 정말루 신기하게.
찍어먹어야 한다.
찹쌀은 엄청 쫄깃하고 겉은 바삭하고 고기는 좋은걸 쓰는거 같아 비리지 않아. 맛있어.
그리고
짜장이 나왔...
저기요?
이거 뭐야
빨간데..이거 뭐지?
어머..나는 깜장색 짜장면을 먹을 생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단 말이야..
아오.
말아올린다. 짜장.
씹는다 면발.
...
...
이거는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다.
중국식 된장을 썼다고 하는데
정말로 콩이 들어가 있고 된장맛이 나는데 묘하게 맛이 있다/
불닭볶음면 색깔인데 그정도로 맵진 않고 묘하게 고추장 된장 맛이 다 나면서 알 수 없는 맛.
몰라.
특히 재료들이 다들 맛있고 좋은거 같다.
깍둑썰기 되어 있는 고기. 버섯. 글고 계란이나 뭐 등등..
늘 손님이 들어차 있는 이유가 있었구나.
동네에 이런 숨은 맛집이 있었다니
의왼데?
오홀?
모처럼의 도전이 성공리에 끝이나서 너무 기분이가 좋다.
얼마전 스티브식당 갈비살을 먹었을때처럼 뿌듯하다.
앞으로 여기서 2년은 더 살아야하니까 이런 식당들이 계속계속 발견되어주면 좋을텐데
아..
또 먹고 싶다 꿔바로우.
쫄깃쫄깃
다음엔 망고크림새우를 먹어보고 싶어(내가 돈 안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