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어땠어? 얘기 좀 해봐
-왜 그렇게 생각해?
여행 다녀온 이야기나 어제 본 영화이야기
혹은
왜 채식을 하게 되었냐 하는 이야기까지.
단답으로 할 수 없는
질문을 받으면 당황해서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겠다.
이 질문들은 나를 곤란하게 한다.
뭔가 축약해서 재미지게 이야기를 재구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설명을 해야한다는 게 너무 어렵다.
내 이야기 능력이 부족한 이유가 가장 크지만.
한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그건 상대방의 태도에 관한 거다.
그 질문을 던진 사람이 어떻게 이야기를 대하고 있는가.
혹시 내가 장황하게 지루하게 재미없게 대답을 하더라도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까
그럴 각오가 되어 있나를 모르기 때문에
구성진 이야기꾼이 아닌 나는 첫마디도 떼지 못한다.
어떤 생각에 대해
왜.라는 질문에
간단명료한 답을 준비하지 않다가 받은 질문에
나는 갑자기 진지를 먹을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의 태도를 짐작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많은 경험을 통해
상황이나 질문자를 불신하기 때문에(개인 특성이나 상황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가 진행되기 어려울거라는)
이 이야기를 해도 되나. 혹은 어떤식으로 대답해야 하나 서사인가 사건중심인가
고민하게 된다
고기를 안 먹기로(육식을 줄이기로) 결심한 최근에
특히
그 왜?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예전부터 하던 생각들,
최근 만난 지인과의 이야기,
내가 읽은 책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 그리고 그외에 흡수한 많은 정보들,
사고의 정반합 과정. 배경부터 생각의 변천과정에 대해서
모조리 설명하는 건 너무 어렵다.
상대가 그 많은 이야기들을 모두 원할지
긴 시간을 기다려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엔 단순하게 가장 쉽게 단 한가지 이유를 대야 한다.
동물들이 불쌍하잖아
그럼 식물은?
윤리적인 이유로
??
사람들은 너무 많이, 필요이상의 육식을 하고 있어. 그리고 뭐 여러가지 이유로
아아~(딴이야기)
이야기는 십중팔구
이런식으로 진행되며 금새 다른 회제로 넘어간다.
또 ,,
애기는 낳을 생각이 없어.
왜?
둘이서 재밌으면 되니까
늙어서 외로우면?
사회는 애기를 낳기에 너무 불안해
늘 그래왔지
아무나 애기를 낳으면 안돼. 난 잘 키울 자신이 없어
하다보면 하게 돼.
무슨 얘기를 더 할까.
무슨 결심을 하는데 어떻게 명확하게 딱 한가지 이유만 있을 수 있나.
나는 많은 생각의 과정들을 거쳐서 결심을 이야기한거고
그 이유를 들으려면 적어도 열번 정도는 문답이 오가면서
대화가 되어야하지 않나.
대화가 너무 가볍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이 있을 뿐이며
우리는 너무 바쁘고 골치아프기 때문에 나는 그냥
이야기하지 않기로 한다.
재밌게 일목요연하게 한방에 답을 잘해낼 자신이 없으니까.
천천히 대답을 기다리고
진지하게 집요하게 한번 더 물어주고,
내 대답을 고민해보고 진지하게 이야기에 접근하는
사람에게만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