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이 시작될 무렵.
회사를 관두고 제주도로 갔다.
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지만 사실은 짧은 여름휴가.
빡센 출장과 업무 일정에 뭔가 휴식이 필요했는데,
회사에서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고,
욱하는 나는
그냥 고만둬버렸다.ㅋㅋㅋㅋ
제주도를 가겠ㄷㅏ는 계획은 오래전부터 세워져있었기에,
회사에서 휴가를 안주면 내 스스로 만들겠다!!
그렇게 3박 4일의스쿠터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돌아오면 난 프로백수.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은
잇츠낫마스딸~
사람들 다 간다는 테디베어,성박물관? 뭐 그런거는 일정에서 과감하게 다 빼기로 한다.
30평생 처음가보는 제주였지만
그래서 이것저것 다 봐야할 것 같지만 포기포기포기. 김장할때나 포기
내가 좋아하는 대자연유산, 문화유적지. 몇군데만 허락한다.
방향은 반시계방향.
제주도는 둥그니까 자꾸자꾸 걸어가면 다시 돌아오겠지.
해안도로를 따라 쭈욱 제주로를 돌기로 하자.
잠은 여행자 숙소가 좋겠군.
7월초, 서울은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제주는 뭔가 애매하면서 변화무쌍한 날씨였다.
스쿠터 여행이라 비가 오면 망할수가 있기 때문에 좀 쫄앗는데
제주도라 다행이었다. 지랄맞는 제주도는 역시 달랐다
전국이 장마로 난린데 제주도만 뭔가 달랐다. ㅋ
포슬포슬 애매한 보슬비가 오거나 숙소에 들어간 밤에만 폭우가 내리거나
아침까진 흐리다가 출발하자 갑자기 쾌청해지기도 하고
암튼 하늘이 도운 것 같은 괴상한 날씨의 연속.
회를 못먹는 나.
초밥 역시 그 맛을 잘 모르고 그닥 즐기지 않았는데
제주도 여행을 통해 오메 대반전이 일어나 버렸다.
어머. 나 이제 초밥 좋아해
라고 말하게 된 식당을 만났건 행운이었어.
어쩜 이렇게 회가 신선하고 맛있지?
유레카.
넓은 주차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내부를 가진 식당.
별로 친화력 없는 스시요리사 아저씨가 썰어서 바로바로 내어주는 초to the밥
으아
너무 맛있다.
얌야미~
당신 덕분에 내가 이제 회를 먹어요.
이노우에스시.
먹느라 사진은 이것뿐.
혼자 여행오는 사람이 많은 이유로
제주에는 독특한 컨셉의 여행자 숙소가 많다고 한다
여행자 숙소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
도미토리 말고도 펜션처럼 독채를 주는 곳도 있고,
남녀유별형, 혼숙형, 캡슐형 등등 제주도는 여행자숙소의 춘추전국이기도 하다.
우리도 매번 다른 숙소에서 자면서
매번 다른 분위기를 맛보았다.
특히 비가 많이 왔던 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온 우리
배가 고파서 비옷을 챙겨 입고 다시끔 쏟아지는 비를 뚫고
술과 야식거리를 사들고 왔따.
홀딱 젖어도 즐겁다.
먹을걸 사려고 한참을 나갔다 와야해도 좋다.
제주도니까 히히
제주도의 매력은 모니모니해도
저 까만 담장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검은 돌담.
중문단지는 캘리포니아스러운 분위기로
야자수를 쭈욱 심어 연출해놓았다.
드라마에서 보던 휴양지 느낌이 바로 여기.
엄청엄청 맛있는 목포고을 삼겹살 집도 이 근처다.
안알랴줌.ㅋ
뻥 뚫리고 잘 닦아놓은 길인데
차가 많이 없어서 좋다.
여기 호텔에 쉬리 촬영장소가 있다.
그냥 들어가서 구경해도 됨.
펄럭펄럭.
또 비가 올라는가
한낮인데도 캄캄해지는 갑소.
제주명물 중 하나인 갈치를 먹으러 갔는데
눈썹있는 개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주인 아저씨가 올때까지
아저씨 주차자리에 저러고 딱 버티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차금지 표지판 대신
ㅅ눈썹개가 알바를 하고 있다
아저씨가 오니까 딱 비키는 너.
너무 뻔뻔하고 귀여워
엄청나게 새빨간 섭지코지 개양귀비꽃
맞나몰러
기억이 가물가물
마지막날은 엄청나게 하루종일 해가 쨍쨍
서울은 물난리가 났다는데
여기는 엄청나게 내리쬐는 햇빛에
온몸이 다 탔다.
중무장을 했는데도
반바지를 입은 다리 중에
햇볕이 비치는 쪽 다리가 홀랑 다 탔따.
가다가 마음에 드는 바다가 있으면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거나 쳐다본다.
제주에는 그렇게 멈춰야할 곳이 너무 많다.
야
날도 좋은데 벗고 수영하자!
올레!~!
바다로 뛰어들어가 첨벙첨벙.
아이고 여기가 천국인가요.
물놀이를 마치고 나왔다.
바로 앞에 이렇게 써있길래
할머니 두명 샤워하는데 얼마예요?
(약간 망설임)응..사천원???
잠깐 동안에도 가격을 정하느라 망설임이 보인 할머니
ㅋㅋㅋ 가격도 대충 그때그때 다른듯
비싸다가 할까봐 아니면 눈치를 보는 할머니가 너무 귀여우셔.
두명이니까 남녀가 유별하든 말든
같이 들어가서 씻으란다
특별한 샤워기구는 없다. 있을리가 없지 ㅋㅋ 그냥 할머니의 집인데
페인트로 제목만 써놨을 뿐인데,.
바가지와 호수 커다란 고무다라이뿐이얔ㅋ
안에서 잠기는 문도 없어 그냥 햇볕가리개 용도인 발 뿐이다.ㅋㅋㅋㅋ
락커도 당연히 없다 밖에 있는 짐은 할머니가 지켜주신단다
아 너무 신기하고 재미난 경험이야
수건은 마당 빨래줄에 널려있는 걸 쓰면 돼.
해가 좋아 빠닥빠닥 엄청난 소독과 함께 제대로 마른 수건.
가장자리가 해지고 구멍이 좀 나면 어떠냐.
여기는 제주도인데
다음엔 여행자 숙소말고
이런 마을에 들어와서 어르신들 집에 민박을 해야지.
진짜 제대로 된 로컬음식도 얻어먹으면서
제주도는 한번 갔다 온 사람들에겐
마음의 고향이 되버버리는 곳이다.
가까이 있는 닿을 수 있는 낙원이랄까.
많이 변했고
변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진 너무 아름답고 순수한 섬.
그곳에 가면 위안을 받을 수 있고
깨끗해지는 기분이 드는 곳.
제주도에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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