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는 영원한 적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귀찮고 하기 싫은 것” 리스트가 있다면, 생리는 항상 상위권에 오른다. 피할 수 없으니 잘 맞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루틴을 만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매우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다. 생리대를 고르는 것부터 생리 중의 자세, 생리대를 교체하는 방법까지… 이런 노하우는 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 오로지 나만의 숙제다.
생리대의 진화와 나의 선택들
예전엔 그냥 ‘생리대’라는 이름 하나면 충분했다. 위스퍼, 화이트, 좋은느낌 같은 브랜드들이 서로의 개성과 장점을 내세우며 여성들의 지갑을 노렸고, 우리는 그 속에서 취향과 필요에 따라 고르는 재미(?)를 느꼈다. 그러다 생리컵이라는 신세계가 열렸다.
생리컵은 혁명적이다. 생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편하고, 옷차림의 제약도 거의 없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대가로 뒷처리는 상당히 번거롭다. 넣고 빼는 과정의 미숙함과 손에 묻는 피, 공중화장실에서의 사용 불가… 생리컵의 단점들은 우리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타난 또 하나의 기적, 바로 입는 생리대. “오버나이트로도 부족하다고? 그럼 이거 한번 써봐!” 팬티처럼 입는 형태의 생리대는 정말 놀라웠다. 누워도, 뒤척여도, 새거나 묻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격은? 너무 비싸다. 할인 행사라도 하지 않으면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아이템이다. 게다가 처음엔 모양도 너무 어색해서 “이걸 입으라고 만든 건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요즘은 다양한 사이즈와 편리함을 앞세운 후발주자들이 등장해 꽤 좋아졌다.
최종 기적: 아기 기저귀로 생리하기
그리고… 진짜 기적은 아기 기저귀를 생리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어딘가 황당하지만, 듣고 보면 논리가 있다. 아기 기저귀는 대량의 수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앞뒤로 길어 누워도 완벽하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100장짜리 기저귀 가격이 입는 생리대 두 팩 수준이라니, 안 써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단점도 있다. 팬티에 붙이는 ‘찍찍이’가 없기 때문에 모양을 유지하며 팬티 위에 얹어야 한다. 하지만 그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기저귀도 꽤 괜찮은 대안이 된다.
생리, 생리대, 그리고 나의 여정
나는 생리컵, 입는 생리대, 아기 기저귀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사용한다. 생리를 피하고 싶어서 호르몬제를 고려해보기도 했지만, 부작용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완경까지 아직 먼 현재, 나에게 맞는 생리대를 찾는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여정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여성들에게 있어 생리와의 싸움은 평생의 프로젝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꾸준히, 규칙적으로, 그리고 조금씩 발전하며 이 일을 해내고 있다. 그렇게 50년에 가까운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화이팅!”
'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볍게살기를 위한 37개의 기준 (0) | 2019.09.05 |
---|---|
청소기 직구이야기. (0) | 2016.07.18 |
먹는다. 해초미인 (0) | 2015.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