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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살기

오래된것들




그저께 한강으로 걷기운동을 하러가는데

이스경이 날 보더니

야 니 그 모자 아직도 있네

라고 하는거야

나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이 모자를 언제부터 썼지?


자주 쓰진 않아도 별로

오래됐다거나 필요없어 유행 지났잖아

이런 느낌이 없어서 늘 옷짐 속에 들어 있었고

매년 제철이면 옷상자에서 꺼냈다가 들어가고 했던건데

지금 또 사진 정리를 하다 보니

나는 2004년에도 저 모자를 쓰고 있네


아직도 내 옷상자 속에는

5년 10년 묵은 옷들이 좀 있다.

왠지 좋은 것들은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있어서

언젠가는 다시 입고 싶어질 것 같은 옷들

그리고 꽤 좋아하며 입고 다녔던 것 기억이 있는 것들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데..

아니 버릴까? 어쩔까? 이런 고민을 해본적도 없는 것 같은데.

좋은 것을 두고두고 오래 함께 하는 것이 오히려 자랑스럽기도 하다.


예전에 엄청 좋아하던 하얀 긴팔 티셔츠가 있었는데

소매 끝이 해지고 목이 늘어나고 점점 색이 누래지는 걸 보면서

과연 이걸 어떻게 하면 오래오래 입을까 고민하다가

그래 공장에다가 똑같은 패턴을 떠달라고 해서

열장스무장 정도 만들어주세요 라고 하면 어떨까

돈은 얼마나 할까? 그러면 흰색으로만 열장을 할까 다른색도 만들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밑에 사진에  입고 있는 주황색 잠바는 

대학교에 입할 할때 엄마가 사준 건데

핏도 색깔도 너무 좋아해서 맨날 교복처럼 입고 다녔는데

더 이상 세탁으로는 해결이 안될 정도로 소매끝이 꼬질꼬질해졌다.

엄마가 제발 좀 버리라고 했을때 안돼 이거 너무 좋아한단 말이야

나한테 너무 잘 어울리고 잘 맞는 것 같단 말이야

몇번이고 거부하다가 끝내 버리게 되면서 엄청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옷은 몇년동안 옷상자 속에 있다가

정말 너무너무 안 입어지고 정말로 유행이 한참은 지나서

제철이 되었을때 꺼냈다가 이제는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동생한테 

야 이거 니 안입어? 버리까? 하니까

그걸 아직도 갖고 있었어? 버려

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아니 많다


근데 이런것들은

미련이 많고

잔정이 많다

라는 것 외에 다른 의미로 생각하고 싶다.


내가 오래동안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나한테만은 명품이 된거니까.

오랜 시간동안 변함 없이 질리지 않고 좋은 것

조금 빛이 바래고 살짝 유행에 비껴간것 같더라도

여전히 그만의 멋이 있는 

누군가는 한명쯤이라도 알아주는 명품.


난 새로산 것이 좋지만

그만큼 헌것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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