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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살기

일요꽃놀이



개나리가 피고 지고

목련이 피고 지고 

벚꽃이 부활했다가 녹색으로 변해버린


봄이 되면

왠지 꽃이 좋아지고 

꽃이랑 가깝게 느껴지고

거리에 꽃이 가득하니까 어쩐지 낭만적인 느낌으로 마음이 부풀어오른다


그동안 이 이쁜 것들이 어디 숨어있었지

이 설레는 마음은 어디에 꽁꽁 얼어 있었지



양재천 커피가게에서 

한가로움에 취해서 나폴거리던 세사람

양재동 꽃시장 가보고 싶다

나 화분 사야하는데

띠리링. 저기 오늘 꽃시장 열어요?

야호

1호차.2호차 출발하라


부산에도 반송가는 길에 

찻길을 따라서 꽃가게 나무가게 씨앗을 파는 가게들이 엄청 많다. 

그래서 양재꽃시장도 그런 곳인줄 알았는데 

주차장도 있고 화분,종묘,난초,야생화 등등

구획도 딱 정해놓은 관리사무소도 있는 대단지 도매시장이었다

일요일은 격주로 연다는데 다행히 오늘은 열었다


꽃천지 향기천지 화분천지에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살 생각도 없던

화분이 하나씩 손에 들려있게 된다.

2.3천원씩 하는 허브들은

동네 트럭에서도 꽃가게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도자기 화분이 어마어마하게 싼 게 놀랍다.

왠만한 크기의 색깔 화분도 5천원 아래다

유리꽃병들도 엄청나게 싸다.

안그래도 요즘 

동네 꽃가게에서 일주일에 한단씩  꽃을 사서 꽂아두기에 심취해있는 나를 무지막지하게 유혹하는 손짓들

팔랑팔랑 나 이쁘지 사고 싶지. 값도 엄청 싸다?


이런 유혹에 약해서 마치 다단계 설명회가 끝나면

양손에 이불이랑 정수기가 들려있는 사람처럼

이그래씨는 색깔별로 화분을 허브를 꽃을, 흙을 사들었고

요녀석은 분갈이용 화분이랑 바질을 사서 키워서 잡아먹어보겠다고 한다.


많은 허브들 속에

제작년에 죽여버린 오자민도 있어서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손이 선뜻 가지 않고 있었는데

이 그래씨가

우아. 이거 내가 전에 말했던 왕관모양 꽃이예요

하면서 

우리 이거 같이 키워볼래? 

하면서 한개를 선물해주었다.


쉽게 타협하지 않는 

인테리어의 장인들처럼

이그래씨와 싫어용씨(나)는 엄청난 고민 끝에 네모난 노란 도자기화분을 사들고 

정성스럽게 흙을 퍼담아서 분갈이도 했다.


많은 왕관꽃중에 어떤 걸 선택할까

쳐다보다가 한개를 집어들었는데

판매하는 아저씨가 엄청 잘골랐어요 

라고 말해주어서 

완전 기분도 신이나고

혹시 나는 원예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분갈이를 할때도 흙을 전문가처럼 탁탁탁 잘 털어넣어서

나는 꽃가게를 열어야 하나

하면서 허세에 빠졌다


층층층이 동그란 화관모양으로 자라올라가는 

이 꽃화분의 이름은 아직 못정했지만

이번에는 안 죽일테니까

열심히 함께 오래오래 살아보자.







프리뮬라 마라고데스(프리뮬라마라코이데스) 

학명 : Primua Malacoide  앵초과 

영명 : Fairy primrose 

 앵초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앵초 또는 취란화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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