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린다.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메아리 하나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 밤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이 골목을 서성거리곤 했을 누군가의 찬 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속눈썹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겨우 음악이 된다.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다.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
김경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