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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살기

친구를 만났다

1.

ㅡ볼때가 되었어 시간될때 연락해
ㅡ이번주 토요일 등산할까
ㅡ나 잘 못하는데 우리동네 산책하기 좋은 산이 있는데 어때
ㅡ좋아 아침 7시에!
ㅡ좋아!

긴 말이 필요가 없다
상대방이 의견을 내면
대안으로 의견을 보충하고
간단하게 약속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약속을 기억하고 지킨다

나는 이런 심플함이 좋다
구질구질 긴 변명같은게 없다
서로를 믿고 존중한다



2.

ㅡ근처에 주차할 곳은 없을까
ㅡ글쎄 나는 잘 모르지만 알아볼게
ㅡ전날 연락하자

그리고 친구는 정확히 금요일 연락이 온다
ㅡ주차 알아봤는데 집에는 못대고 근처 공영주차장 뿐이야 버스타는게 낫지 않을까
친구는 나름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
차를 가져가는 건 내 선택이고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


3.

ㅡ내일 7시는 무리일거 같아 8시에 보자
전날 피곤한 스케줄 때문에 약속시간을 미뤘다
근데 헉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보니 늦었다
!
바로 문자를 보낸다
ㅡ헉 나 지금 일어나써
ㅡ알았어 준비하고 출발할때 전화해
10분만에 세수만 하고 짐 챙겨서 시동을 건다
ㅡ출발! 20분 걸린다고 나오네
ㅡ빠르네 시간맞춰 나갈게

주차를 마치고 나오니 정확히 20분이 지났다
전화를 하려고할때 친구가 나타난다
ㅡ여기다 주차하라고 말해줄려고 했는데 바로 여기 댔네 ㅎㅎ
ㅡ반팔, 안 춥겠나?
ㅡ엉 괜찮아 가자


4.

제일 친한 친구는 아니다
제일 오래된 친구도 아니고 자주 만나는 친구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친구를 만날때 가장 편하다
아무말 안해도 무슨 말을 해도
깊이 있게 들어주고
상대방의 삶과 선택을 응원하고
조언을 고맙게 받아들일 줄 아는 친구.
쿨하지만 따뜻하게 지성과 우정을 나눌 줄 아는 친구.

별 것 아닌 토요일의
사소한 약속. 그 과정 안에서
큰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게 해준
기분 좋은 친구.

장자와 샤콘느.
채식과 다이어트.
일상과 꿈까지
다양함을 공유하게 해준
친구가 있어 너무 고맙다 너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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