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배우게 되었다.
너무 잘된 일이다.
수진언니가 그립수업을 하는데
운좋게 나도 끼게 되었다.
전부터 너무너무 배우고 싶었는데
나는 그림을 너무 못그려서
부끄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상상력도 없고
그림을 그릴라고 펜을 잡아도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그려야할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글을 쓸라하면 머리가 하얘져서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런 느낌일까?
암튼 나는 본격 그림을 배운다는 생각에
미리부터 막 들떴다.
두근두근.
첫수업
경복궁역 옥인동 수진언니 작업실로 간다.
아침 10시 수업인데
전날 이하마랑 불금나이트를 보내느라 (닭먹고 노래방가고 커피숍가고 새벽 세시까지 놀았어요)
피곤했지만
하나도 안 피곤하고 하나도 안 가기싫고
벌떡 일어나졌다.
경복궁역은 내가 앞으로 살고 싶은 동네 후보 중에 하나라서
가는 길이 더 즐겁다.
토요일 아침은 차도 한개도 안 막혀서 더 좋다.
작업실에 도착하니
이미 선생님이 도화지연습장공책이랑 필통에 2B연필과 톰보지우개를 정갈하게 세팅해놓으셨다.
아 정말 그림배우는 기분이 난다.
작업실은 해가 잘들고
소담소담하게 이뻐서
더 그림 그리는 분위기가 난다
나머지 학생들이 속속 도착하고
그림그리기가 시작된다.
언제나 그림그리기의 1번 과제는 선긋기인거 같다
선생님이 연필을 깎아
가장연하기부터 가장찐하기까지
단계를 정해서 연습장을 채워보라고 한다.
연필을 쥐는 힘조절을 하면서
그 느낌을 천천히 느껴보라고 한다.
어렵지만 재밌다.
그림 배우는건 처음이라
뭐든 신기하고 재미난다.
이어서 연필을 쥐는 법과 강약을 조절해서
선으로 그림을 그리는 연습도 한다.
각자의 그림을 모아놓고 특징과 더 시도해보아야 할 점에 대해서 듣는다.
아하! 그렇구나.
나는 그림을 시선의 흐름을 따라 그리는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액자틀을 두고 그리는거 같다고 한다
잘하고 못하는 건 없다
그냥 그런 특징이 있고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멋진 선생님의 손
어떤 것이 제 그림일까요?
맞혀보아요(상품은 없어)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냥 즐겨
여러가지 과제가 주어지고
각 과제들은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나는 나와 내 그림에 관해 알아가고
다른 사람의 그림에 관해서도 알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색 5가지를 골라서
네모를 그려보시오.
다른 사람들은 엄청 큰 네모로 종이를 꽉꽉 채우게 그렸는데
몬드리안처럼 분할도 잘하고 겹치기도 하고
엄청 멋지게 그렸는데
나는 저렇게 하라는 말인줄 알고
소심하게 했다가
뭔가 허전해서 아래에 선을 그림.
그리고 살짝 싸인을 함.
싸인을 만들어보다가
크레용이 수채용인걸 알고
물을 살짝 살짝 묻혀서 몽환적인 느낌을 줌.
몽환 아니고 아련아련한 물방울 같은 그런거 ㅋㅋ
휴지에 그림을 그리고 물을 뿌려서 번짐효과도 해보고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도구로
붓의 질에 따른 선의 느낌.
도화지의 색깔과 재질에 따른 그림의 다른느낌을 해보기도 하고
2시간은 후딱 지나갔다.
꽉꽉 채운 2시간 너무너무 재밌다.
다음주가 또 기대된다.
숙제가 있는데
어떡하지. 무슨 요일날 그림 숙제를 하면 좋을까?
생각은 뒤로 하고
작업실에서 조금 더 놀다가
일하러 갔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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