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예상치도 않게 일찍 깨어나 버렸다.
아직 세상이 조용한 이른 아침을 맞이한 게 너무 오랜만이라
무얼 해야할지 몰라 한참 멍하니 있었다.
커피를 마시자.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때문에
이 시간을 좋아하는걸까.
어떤 순간이 나를 커피내리게 하는걸까
커피내리는 시간,
당신의 가장 좋은 때는 언제입니까
커피를 내리자고 생각하고서 주방으로 가는 시간
도구를 하나하나 꺼내는 시간
물을 올리고 핸드밀에 원두를 넣으며 첫 커피향을 맡는 시간
핸드밀을 천천히 그리고 힘있게 돌리며 물이 끓어가는 소리를 듣는 시간
여과지에 첫물을 흘려보내어 서버가 수증기로 덮히는 시간
드리퍼에 조심스럽게 물을 붓고 커피빵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
높은 커피빵을 바라보며 잠시 멈추고 기다리는 시간
포트로 원을 그리고, 본격적으로 커피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시간
서버에 커피가 속도있게 차오르는 걸 보는 시간
드리퍼를 서버에서 옮기고 뚜껑을 닫는 시간
준비된 커피와 잔을 들고 내 자리로 가는 순간
커피와 함께할 다른 준비를 끝내고 앉아 서버로부터 쫄쫄쫄 잔을 채우는 순간
.
어느 하나로 딱 정하기 어려운,
커피내리는 시간
커피맛보다 더 좋은 건
커피내리는 시간.
이 시간이 주는 즐거움 때문에
아메리카노보다
직접 내린 커피를.
그리고..
혼자여도
함께여도
밤낮관계없이
언제나 같은 느낌을 주기에
실패하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