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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먹는이야기

냉면과 빵과 커피


옛날에 만화영화를 보다보면

서양 사람들이 엄청 맛잇게 빵을 뜯어먹는 장면이 나와요.


길쭉길쭉한 빵들은 바게뜨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어중간한 사이즈의 빵들은 무엇을 그린 것일까

저 빵은 대체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었습니다.


물론 빵 뿐만이 아니라

 커다란 냄비에 국자로 휘휘젓다가 그릇에 담는,

스프도 아닌것이 국도 아닌것의 정체.

그리고 막대같은 뼈다귀에 달려있는 닭다리같은 큰 고기의 정체

아니면 넙적하지만 두꺼운 하얀색 지방 같은 것이 그려진 

어쩌면 약간의 스테이크처럼 생긴 생고기

그런 것들이 몹시 궁금했지만 알길이 없었다.





운전해서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요즘은 정말 이러다 녹아내리고 말거야 싶을 정도로 덥다.

바깥날씨는 그렇지 않은데 차안의 온도는 이미 8월의 폭염과도 같아서

주차를 할때 그늘진 곳을 찾아야합니다.

안그럼 다시 탈때 쪄죽음. 헥헥


에어컨을 틀면 왠지 갑갑하고 머리나 배가 아프기도 해서

웬만해서는 안켜고 싶지만 그러기엔 자동차 시트에 붙은 내 살이 너무 덥다.




 그래서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었던 것 같다.


살면서

 '아 냉면먹고 싶다!'

라고 생각햇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나한테 냉면은 그렇게 막 맛있거나 기다려지는 특별한 음식이 아닌데,




 하지만 마침 나도 좋아하는 냉면집이 생겻다.

한그릇에 만원이나 하는 비싼 물냉면이지만

 이빨로 톡 끊으면 똑 끊기는 맛있는 면빨이 

나를 유혹하는 집이다.


나는 이제 만원짜리 냉면도 

혼자 척하고 가서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내비를 찍기 전에 살짝 

메르스 때문에 대중음식점을 가도되는지(이 집은 인기가 많아서 사람이 많음)

고민을 했지만 

너무 더우니까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입장.


이 가게에는 가격이 50% 나 할인되는 문깐자리가 있는데

용돈이 거의 떨어진 나에게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대신 엄청 편한 방 자리에 앉아서 두다리를 쭉 뻗고 먹을 수 있었다.




원래 냉면에는 살얼음 같은게 들어있는데

이번에는  넣지 말아 달라고 말했따.(첫경험)

사람들이 막 그러면 면빨의 메밀향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본연의 국물맛을 느낄 수 있다...라나 블라블라 아 몰랑.

왠지 요즘에 냉면은 고급입맛을 가진 사람이 찾는 

디테일이 강한 음식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하지만 다음부턴 살얼음 넣기로 하겠다.

뭔가 나는 얼음이 녹으면서 닝닝해지는 심심한 맛이 더 좋은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면빨.

나는 이 집의 면이 몹시 좋다.

어떤 사람은 5번 이상가야 이 집의 참맛을 알 수 있다고 했고

사촌언니를 데려갔더니 도저히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냉면맛을 잘 모르지만 요기는 처음부터 좋았다.

면발을 조금만 잡고 입에 쪼오오옥 빨아 넣어서 앞니로 잘근잘근 씹어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오물오물




어쩐지 요즘 

운동을 시작하고서부터는 식사량이 1/3가량 줄어든거 같다.

운동 보상심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뭔가 좀 덜 먹게 되어서 

적당한 때에 자신있게 젓가락을 탁.하고

 미련없이 놓을 수 있게 되었다.

굉장한 사건이 아닐 수가 없다.




그래서 그릇을 다 비우지 못하고

냉면을 먹는 속도가

슬슬 느려질때 쯤에 아는 분이

공덕에 있는 빵집을 추천해주어서 

이왕 이렇게 호사스러운 저녁식사를 하는 김에

거기도 가보겠다고 했다.


냉면이랑 마찬가지로 빵 역시 나한테는 

그닥 매력있는 주제의 음식이 아니라서

있으면 먹고 아님 말고였는데

또 최근에 빵순이 빵덕후 들이 막 이집 저집을 추천하고

빵집 투어를 다니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 나도 빵을 잘 먹고 싶다.

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이 빵의 식감은 원래 이런게 아닌데..(골똘)

발효빵보다 아닌 빵이 좋아(발효빵의 반대가 뭔지 모름)

뭐 이런 자세한 지식 따윈 모르지만

 빵을 많이 좋아하지도 않는데

맛있는 빵을 잘 먹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건 허세입니까?






앗.

많이 사버렸다.


나는 왜 늘 이런걸까.

왜 세련되게 딱 먹을만큼만 적당히 사질 못하고

이것저것 막 집어담는것일까.

특히 혼자갈 때 이런 현상이 심해집니다.

다 먹어보고 싶어요.

제가 언제 여길 다시 올지 모르니까 양해해주세요.


매운치즈빵. 크렌베리빵. 마들렌. 뭔ㄱㅏ들어간마들렌. 빵오쇼콜라. 뭐가들어간큰스콘

이렇게 아메리카노와 함께 2만원치나 샀다.

꼴랑 나 혼자 먹을 건데..

요녀석은 형님이 제빵왕이라 빵에 흥미가 없어요.

이 많은 걸 어떡하지..





이 빵집은 커피도 잘한다고 칭찬이 자자해서 아메리카노도 시켜보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한모금 마셨다가

너무 깜짝 놀라서

애기병사 박형식처럼 눈이 희번득 뒤집혔다.


첫모금이 입에 닿을 때는 보통의 밍밍한 커피맛이 나는가 싶더니

입안에서 돌고 삼켜지는데

정말 엄청난 맛이 났어요.

신맛이 났는데 나는 분명히 신맛을 싫어하는데 

이 커피는 엄청 고급스러운 신맛이 나면서

찐한데 폴바셋 아메리카노랑 비슷한듯 하지만 

풍부한 찐함이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초코향 같은거가 나는거 같기도 하고 오묘한 풍미가 나는데

나는 이런 커피를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뭔가 내가 갑자기

 초밥왕이나 와인만화(정원에 꽃밭이 펼쳐지고 막 나비가 날라댕기는 묘사를 하는)

같은 표현을 하니까 이상하긴 한데

정말 맛있었기 때문에

되도 안한 이런 긴 문장을 쓰는 건 정말 맛이 있었기 때문이야.


근데 신기한건 

또 커피가 식으니까 맛이 별로였습니다..

좀 따뜻할때 먹어야 맛있는 커피인거 같다.

그렇다면 냉커피는 어떤 맛일까?






빵도 당연히 (왜?) 맛이 있었다.

특히 깡빠뉴는..아 정말 고소하고 바삭한데

빵이 너무 많아서 

크렌베리 깡빠뉴를 다 먹지를 못해서 하루를 묵히고 말았다.

다음날 종이봉투에서 안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걸 먹었는데

어머.

뭐 이런 고소함이 다 있지

하루가 지나서 딱딱한데도 맛있다니..



이게 바로 내가 외제만화에서 봤던

애들이 뜯어먹던 그 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맛있으면 내가 사진을 찍었을까.



하지만 

뺑오쇼콜라는 초코가 너무 찐하게 많이 들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발란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이말을 쓰면서도 웃기다)가 별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이 빵집에 다시 가고 싶습니다

자꾸자꾸 생각 납니다.




효링이랑 수진언니를 불러내야겠다.

주차도 되고 

매장도 넓고 분위기가 좋으니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만나서 같이 먹어야징!!!!!!





빵집의 이름은 프릳츠

냉면집 이름은 을밀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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