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가..하면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아마, 분명히 앵두곤삿님이 유학길 오르면서 정리한 짐들 중에
분양받은 것인 듯 하다.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분량에
기대 없이 가볍게 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몰입도가 좋아서
앉은 자리에서 몇시간만에 휘리릭 다 읽었다.
어쩌다보니 동거를 하게 된 5인의 하우스메이트들.
대학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프리랜서도 있고, 백수도 있다.
그들 각기의 관점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차례로 보여주는 형식이다.
시간은 그대로 흐르고 있고, 시점이 변하는 것이다.
처음엔 아주 가까운 친구인 듯 보였던 이들이
자신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있다보면
점점
이들 모두 사회적 역할극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글의 내용이 아니라 독자가 알게 된다)
그들은 남이 어떻게 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들이 만들어놓은 공동생활체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배려와 매너와 이미지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남처럼 혹은 동료처럼 살아가는 것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외로운 그들에겐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모두가 그 체제를 변화시키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관심갖고 적당히 모른 척 하고 적당히 간섭하고 적당히 빠져주는 하우스메이트.ㅁ
이야기는 나오키라는 마지막 주인공의 관점에서 정점으로 치닫는데,
중반부부터 은근히 언급되온 동네에서 벌어지는 묻지마폭행이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이 책의 주제에 관한 작가의 본심을 터뜨린다.
물 흐르듯이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각기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재미가 있고,
문장이 쉽고 편해서 잘 읽히는 동시에 주제의식이 확연히 드러나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번역자의 후기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짧고 성의 없는 것이 이상했다.
굉장히 귀찮은 작업이었던 듯. 생각되는 에필로그가 책의 마무리를 찜찜하게 했다.
차라리 읽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담백하다고 하기엔 너무 날림글이었다.
책의 제목과 표지가 인상적이지 않은 탓에 꽤 장기간 방치해둔 책이었지만.
꽤 좋았다.
이 작가의 글이라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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