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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막다른 골목의 추억]중에서

카레를 만들다, 먹다 남은 요구르트와 스파이스, 사과 같은 것까지 ㄴ넣다보니, 그리고 양파의 양을 평소보다 좀 많게 했더니 정말 백만분의 일이라는 확률로 기가 막히게 맛있는 카레로 완성된 경우처럼, 두 번 다시 재현할 수 없는 , 그런 느낌의 행복이었다.

그렇다는 걸 알기에 애달프고 고마움도 한결 더했다.



'난 알 수 있다고. 그런 사람은 시각이 아주 정형화 되어 있어. 말이지 줄 곧 집 안에서만 있거나 한 장소에 있다고 해서, 늘 똑같은 생활을 한다고 해서, 겉보기에 차분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좁게 닫혀 있거나 얌전하고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빈곤한 사고방식이야. 그런데도 대개는 그렇게 생각하지. 마음 속은 얼마든지, 한 없이 넓어질 수 있는데, 사람의 마음속에 어떤 보물이 잠자고 있는지, 상상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니시야마는 말했다

그렇구나, 이건 니시야마의 얘기, 니시야마의 생각이로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세차를 하면서 재떨이를 치우고 차 안까지 청소하고 기름도 꽉 채운 것 같았다. 나를 생각해 그렇게 한 니시야마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게 자잘한 배려가 얼마나 나를 기운나게 하는 지 잘 모르면서,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기품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 좋다. 이 사람과 같이 있기만 해도, 딱히 내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공원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고, 모두가 그 아래에서 휴식을 얻지만, 그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렇게 그런 존재를 기리자. 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가 '공동의 것'이라고 애당초부터 굳게 믿었던 내게 그는 간식이나 오락, 온천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부담없이 만나고 이미 거기에 있고 안심할 수 있는 것, 그런 것이었다.





"난 말이지.. 난,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앞으로 어딜 가든 뭘 하든 상관 없지만 기분이 아주 맑을 때, 그런 때, 몸 속에서 힘이 솟으면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실제로 어딜 가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힘이 솟는 그 느낌이 행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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