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을 좋아하는 쌔럼
그리고 나에겐 옷을 좋아하는 거에 더불어 옷을 잘 사는 친구가 한명 있지.
이날의 발단은 내가 자라에서
롱원피스를 입어본 때로부터 시작되었다.
자라에서 꽃밭원피스를 입어보고는 홀딱 반해서
사야되나말아야되나는 머리터지게 고민하다가 텅빈 지갑을 보며
눈물을 머금고 나왔던 나의 어떤 날.
매일 헤어진 남자친구 사진을 꺼내보듯
저 사진을 보며 슬퍼하는 날 보면서
옷부자 친구가
내가 이번에 원피스를 많이 샀으니
돈없는 너가 대신 내 원피스를 입어보고 대리만족하는 시간을 가지렴
하고 기회를 주어서 우리는 만나게 되었습니다.
호떡하나를 쥐어주니 무거운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와준 나의 호구
(이하마씨 내가 사진에 스티커 박는 그런거를 못해가지고 니 사진을 저렇게 날것으로 두었는데 윈도우PC가 생기면 꼭 스마일스티커 같은걸로 수정해볼게)
커피를 사주니
친구가 꽃다발상자랑 아몬드구이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래저래 남는 내가 많이 장사인거 같으니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자.
친구가 준 옷보따리에서 색깔이 여러개인 옷을 골라내고
스타일 다른 거 몇개를 챙겨서 화장실로 가서 입어보기로 했습니다.
너무 신난다. 옷가게에서는 점원 눈치보여서 하지도 못하는
이것저것 다 입어보기 패션쇼를 할 수 잇어!
어머. 이건 안되겠다.
뭔가 어울리면서 안어울려.
뭣보다 너무 외국드라마에 나오는 일하는소녀 느낌이야.
탈락
나는 이거 색깔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1.어깨가 너무 넓어보이고
2.허리선이 너무 가슴까지 와있어서 모유수유할거 같고
3.교회갈것처럼 생겨가지고
안될것 같아.
처음에 나는 이 단추들이 뒤로 가게 입는건줄 알고
단추가 안 잠기길래 울면서 친구한테 사진을 보냈더니
친구가 나에게 멍청이바보라고 비웃기와 거꾸로 입어서 그런거고
니가 뚱뚱해서 그런거아니라고 너무 슬퍼하지말라고 위로를 동시에 해주었다
상냥해..
그래도 색깔은 너무 마음에 드니까
친구한테 이거를 보여주기로 하고
다음 옷을 또 챙겨가지고 다시 화장실로 왔다.
나는 모가지가 길고 어깨가 넓고
승모에 살이 찐 사람이라서 라운드넥보다
이런 반하이넥이 어울리는 쌔럼.
이쁜 옷이다.
합격.
사..사도 되겠니.
샀다고 한다.
이 옷은 펑덩한데
핏이 후줄근하지 않고
너무 편해서 라운드넥이고
올깜장인데도 불구하고 나도 사겠다고 했다.
이하마는 이런 옷을 참 잘 찾아낸다.
내가 시장에서 봤으면 그냥 지나쳤을 거 같은데 입어보면 완전 예상을 뒤엎는 좋은 옷을 보는 안목.
머리색이랑 잘 어울리고
내가 좋아하는 두꺼운 소매이지만
김연아도 욕을 먹은 겨자색이니까 섣불리 판단하지 말도록 하자
탈락.
이런 프릴은 언젠가는 꼭 입어보고 싶은
그런 어떤 작은 꿈이있어.
하지만 내가 입고 다녔다간 비웃음 당할 확률이 큰
너무 플랑플랑프릴프릴 스타일이니까
보류하도록 하자
나는 지금 이쁘다고 다 살 수 있는 주머니 상태가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너무 좋아하는 아이보리 바탕에 이파리 무늬인데
이런거는 이하마는 몰라도 나는 안되겠네
사람이 너무 초라보인다 ㅎㅎㅎㅎㅎㅎ
이렇게 해서 저는
런웨이쑈를 마치고
원피스 두개를 사고 니트 하나를 서비스 받게 되었습니다.
옷 좋아하는 친구가 옆에 있으니 든든하고 좋구먼? (어깨동무)
그리고도 부족해서
그 다음주에 자라에 가서 또
세일원피스를 입어보았다고 한다.
친구가 이거랑 비슷한 원피스를 샀는데
다섯번만 더 입고 나 준다고 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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