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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밖으로

저세상간지의 중국집_묵호해동반점

20번 국도와 7번국도 동해안을 따라 

드라이브 여행을 하다가 

운명처럼 빨려들어간 묵호항

몇년전에 친구네랑 대게를 먹으러 왔던 기억,

물회가 정말 맛 없었던 기억

엗워드권의 후라이드치킨 포스터가 붙어 있던 기억

을 가진 동네를 다시 찾았다


'오늘 점심은 왠지 허름한 시골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먹고 싶어'

라는 요녀석의 신내림을 따라

우리는 묵호시내를 구석구석 누비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모름지기 중국집 한 두개야 당연히 있어는 거 아니겠어?

는 뻔한 이야기지만 키워드는 '시골중국집'이다

푸르딩딩 싸구려 플라스틱 그릇과 중국에는 패키지여행으로밖에 가보지 않았을 법한

주방장님이 요리하시는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중국집.

어느 방송에도 지역 라디오에도 한번 출연하지 않았을 것 같은 

그런 집을 찾아야 했다.



간지터지는 수건의 데꼬보꼬


휴가철 끝무렵인데도 불구하고

묵호길바닥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날은 쨍쨍한데 피서객들은 다 어디에 있는걸까.

그 많(을것같)던 중국집은 어디에 있는 걸까


묵호시장 내에는 칼국수집이 많았다 

아니 칼국수 집 밖에 없었다 ㅋㅋ



묵호사람들은 짜장면 안먹나봐


동네를 몇바퀴를 돌았는데 

아무리 봐도 없는 중화요리집

 포기하려고 고개를 돌린 그 곳에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보고야 말았다. 단호하게 쓰여진 입간판 '냉면'

알다시피 냉면 써 있으면 냉면집 아니고 중국집임



입장합니다

해동반점


힙터지는 주방

여2남1 세분이 일하고 계셨고 홀에는 손님 한분이 식사중.

세상에 묵호사람들 전부 샤이자장이스트였던 것이다

고요한 시내길바닥이 무색하게 바빠죽는 주방 좀 보소.

화구 위에는 갓 튀겨진 탕슉고기 한다발에 김이 모락모락 나고 남자주방장님이 부채실로 빠르게 열기를 식히는 중이었다.

앗. 그렇다면 럭키. 

여기 탕슉1 자장면1 주세요


탕슉은 안된대 ㅠㅠ

너무 바빠서 더 튀길 수가 없대.

아니 그럼 저건요.. 전부 배달나가야 한대 

저 많은걸 다요? ㅠㅠ 그러면.. 잡채밥 주세요

안된대 ㅠㅠ

너무 바빠서 할 수가 없대.

그럼 자장1 볶 1 주세요 (또륵, 밥먹고 싶다니까 볶음밥만 된다 하심)



이 문은 화장실 아니고 가게 입구임.

건물 계단을 올라 2층에 올라서면 저렇게 시멘트+타일 세면대가 

정면에 떡 버티고 있다

이걸 원했나 요녀석. 



좋은 건 한번 더 보자

노란 바가지라니 

일부러 갖다놓은 것 같은 칼라조합니다



홀인테리어는 의미 없다 그냥 창고와 겸하도록 하자

실용성에 무게를 둔 매장내부

세월이 느껴진다.

맛이 . 있을 것만. 같다.



 자장면

흔히 보던 떡진 면발이 아니다. 막 삶았다.

시판 춘장을 쓰시는 듯 했는데 시판 맛이 아니라 진짜 맛있다. 

뭐..뭐지?



미리 해놧다가 데워서 나온 듯 한 안 뜨거운 볶음밥

 불맛 나고 맛있다. 고설고슬한 볶음밥 기본을 그대로 지킨 볶음밥임

뭐지?

그리고 저 짬뽕국물...

아. 내가 왜 짬뽕 안 시켰지 ㅠㅠ

대게의 묵호항 답게 국물에서 게맛이 엄청 났단 말이야

그냥 대충 짬뽕꾺물 아니라 이 말이야

정말 맛있지 말입니다.



남자 사장님은 포장에 배달을 나가느라 계속 분주하셨고

여자사장님 두분은 요리하면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배달포장까지 하느라 매장은 완전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태어날 때 부터 볶음밥만 생각해온 것처럼 

문을 다 열리기도 전에 '볶음밥 하나요!' 하고 외치며 걸어들어온 손님까지


이곳은 

맛,분위기 모두가 저세상간지의 

중국집이었고,


우리는 매우 만족하며 

묵호를 떠났다는 

그런 이야기.






끄읕.






아참.

기름 쩐내 나는 찹쌀도나스와 인테리어만 이쁘고 구린서비스에 커피 맛없는 어떤 카페는

묻어두고 좋은 추억만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