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0. 21:43

얼마전부터 타임라인에 종종 등장하는 거라 보게 되었다.


 역시 어떤 것에 대한, 어떤 장르의 콘텐츠인지,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조차 모르고 플레이를 눌렀기 때문에

1.2화 까지도 파악하지 못해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1화에서는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대해 매분마다 의심하였으며

2화에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는, 이 것이 범죄가 아니라 수사방법에 대한 이야기인가, 제작자의 메세지는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며 어느 장단에 맞추어 보아야 하는 건지 내 리듬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 드라마는(그렇다, 드라마였다) 내가 얼마나 빻았는가를 측정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되었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서, 그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에 대해서, 



이 드라마는 누가 보아야 하는가 하면 누구나 보아야 하고, 누가 보지 말아야 하냐하면 없다. 

이야기를 몰입감있게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면서도 자극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했고, 

메세지를 대놓고 주장하느라 이야기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짓도 하지 않았다. 


강간 피해자들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그들의 감정이나 사건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다

되도록 단호하게 분명하게, 하지만 날카롭지 않게, 감정에 호소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두 주인공 형사의 캐릭터나 연기도 좋았고, 마리 역할을 한 배우의 연기도 그녀의 스토리도 좋았다.

할머니 피해자가 범인에게 묻고 싶은게 있다고 말하며, 왜 자신을 범행대상으로 골랐냐고 물었을 때 

설마, 혹시 '나이 많은' '외모가 매력적이지 못한' 본인을 골랐냐 라는 말일까 안절부절하기도 했다

벌새를 보면서 느꼈던 초초함 뻔한 클리세에 대한 불안함이 역시나, 대체 그동안 대한민국의 콘텐츠는 어땠길래 나에게 내생각에 대한 부끄러움을 들게 하나. 부끄러워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그동안의 빻은 콘텐츠 들일텐데

그녀의 발언은 너무나 절절하게 와닿았고 제작자들이 꼭 들려주고 싶었던 피해자들의 아픔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얼마나 '피해자다움'에 대한 편견속에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채 사로잡혀 있는가


'성인지감수성'이라는 단어가 대두된 최근 안희정사건의 유죄판결이 떠오른다.

제목의 '믿을 수 없는' 은 피해자가 거짓말쟁이, 혹은 가해자(공무집행방해, 위증 등등)로 둔갑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과거를 뜻하는걸까

장자연을 죽음으로 몰고간 놈들이 처벌받지 않은채 멀쩡하게 살아가고, 양싸가 성접대혐의가 없다며 풀려나는 2019년의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 현재를 조롱하는 뜻인걸까.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오리지날 콘텐츠들의 퀄리티가 좋아서 자극적인 소재를 그냥저냥 버무려 저예산으로 만들어낸다는 내 편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드라마도 큰 역할을 하였다. 



Posted by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