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보고 싶은 영화보다
봐야할 것 같은 영화가 많은 것 같다.
미성년]이 그랬고, 벌새]도 그렇게 보게 되었다.
전세계에서 박수를 보내고 온갖 상을 쥐어주는데
정작 한국에서만 조용한 영화,
시발 기생충은 그렇게 빨아주더니 대체 왜 벌새는 안되는거야?
하는 억울함과 분노는 뒤로 하고,
이 영화는 어른들이 보아야 하는 소녀의 성장기이다.
그때 나를, 그때의 우리의 마음을 만져주는 왠지 찌릿찌릿한 영화이다.
폭력적인 시선과 어른과 사회 속에서
왜 그런지 그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한발씩 나아가고 있는 은희.
그것은 나였고 우리였다.
친구랑 같이 보러 가지 않았다면
길바닥에서 오열을 했을 것이다.
영화보는 내내 찔끔거리다가 끝나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다.
너무도 서러운, 너무도 억울한 마음이 복받쳐올랐다.
안됐다. 정말 안됐다. 너무 안된 마음이 기억났다.
커리를 보냈을 때의 감정과도 비슷한 그것.
무엇이 그렇게 안됐던걸까. 은희일까. 영지일까. 그 시절을 보낸 나일까.
이렇게 조용히 아무렇지 않게
조근조근,
보여주는 것만으로 이야기하는 감독은 천재인 것 같다.
러닝타임 140분동안 아무일도 없었고, 특별한 클라이막스도 없었다.
모든 배우가 본인이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하는지 왜 그런 말을 하고 표정을 짓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영지 선생님이 말하는 '그때'란 언제일까,
실제로 다가올 날을 이야기하는걸까. '언젠간' 같은 막연한 시점일까.
노래 '잘린 손가락'이 주는 이질감(은희입장)과 단호한 조심스러움(영지입장)은
최고의 장면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은희 혼자 집 거실에서 춤추듯 감정을 폭발하는 몸짓은
너무 나 같아서, 섬세해서 놀라웠다. 저 소녀에게 감독은 뭐라고 설명한걸까. 저 어린 배우는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겪어봤을까.
나는 은희처럼 용감하게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해'라고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은희가 대단해 보였고, 부러웠다.
그리고 길이 남을 명대사
'그건 지난 학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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