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인 극단에 소속되어 있다.
연극을 하는 것, 아니 연기를 하는 것은 나의 오랜 바람이자 본능적 행동이다.
나는 꽤 어릴때부터
대본을 읽고 그 안에 있는 감정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던 그것이
직업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는 걸 알고는
직장인 극단에 가입했다.
다른 취미생활과 달리 연극은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다.
보통의 취미생활이라면 내가 하고 싶을때 즐겁게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잠시 쉴 수도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가능하지만
연극이라는 것은 단체활동이며 굉장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
한번 시작하면 (공연에 들어가면)
절대 중간에 멈출 수 없으며, 개인의 일상생활 중 절반 이상 혹은 대부분의 시간과 정신력을 할애해야 하는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엄청난 활동인 것이다.
보통 하나의 공연이 올려지기까지는 2달의 준비기간이 있는데
이것을 제대로 하려면 배우와 연출진은 평일주말할 것 없이 매일을
스탭은 일주일에 2~3번은 출석을 해야한다.
물론 퇴근 후부터 잠들기전까지 그 활동을 이어진다.
또한 출석하는 시간 이외의 시간에도 틈틈이 짬짬이 해야하는 그것에 관련된 생각과 활동거리들이 있다
게중에는 좀 덜한 곳도 있지만, 그런 곳은 올려지는 공연의 질 또한 그렇다고 보면 된다.
연습시간과 사람들이 투자한 공에 연극(결과)의 질은 비례한다.
어떻게 보면 직장인 극단은 취미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우리는 '동호회가 아니다'라고 한다.
맞다.
직장인 극단은 내 입맛대로 드나들 수 있는 취미집단이 아니다.
하나의 '아마추어 극단'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아닌 곳도 있다. 하지만 결과물 또한 취미스럽다.(보통은 학예회라고 표현하지)
물론 두달 내내
모든 다른 사생활을 접고
친구도 못만나고 주말의 여유나 즐김도 없이,
정말 회사와 극단생활 이외에는 꿈도 꿀 수 없는,
퇴근 후 연습실로 직행하는 생활을 매일매일 반복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지치고 넌덜머리가 나기도 한다
한 친구는
연습시간만 다가오면
'아 가기 싫다' 라고 하는 나를 보며
그것이 어떤 극이건 나는 너를 보며 니가하는 연극에 정이 떨어졌다.
라고 했고
요녀석은
너는 공연 준비만 들어가면
스트레스 덩어리가 되어 늘 피곤하고 늘 열받고 늘 힘들어한다
라고 한다.
물론 사실이다.
정말 힘들다.
지친다.
매일매일 그곳에 가야하고
그것에 매여있는 것이 싫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강제성은 어떤 인간에게도 똑같이 스트레스를 주니까
미안하지만 사실
나는 내가 그것을 하면서 얻게 되는 긍정적 에너지를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속이 후련해지는지
그것을 하지 않고 있을때 점점 커지는 그 열정과 의지와 욕망과 바람을.
그것을 하고 있을때의 카타르시스를.
설명해도 모른다.
연극을 함으로 얻는 자기만족 자존감상승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또한 그것을 하고 있지 않을때 주체할 수 없는
근질거림이 나를 그곳으로 끌고가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연극은 예술의 한 형태이고
예술이라는 것은
1차적으로는 개인의 욕망이나 욕구, 기타등을 표현하는
자기발현, 자기표현, 자기만족의 도구이기 때문에.
내가 연극을 아니 연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나 좋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이 몇명이든 상관없고
억지로 보러 오라고도 하지 않는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물론 관객이 많으면 좋지만
그저 나를 보러 와주길 바라진 않는다.
이건 학예회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올리는 공연은
어느때보다 에너지 소모가 심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훨씬 피곤하고 지쳤었다.
그때문에 싫다.라는 말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또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이것을 하는 동안 더 나다웠을 것이며,
한동안 쉬게 되더라도
나는 다시 연기를 하고 싶을 것이며
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오고 싶을 것이라는 것을.
'사는이야기 > 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로 가는 어느날 (0) | 2014.11.18 |
---|---|
반디는 이쁘기도 하셔라 (0) | 2014.10.11 |
언니의 추천 (1) | 2014.08.06 |
나의 6개월 아니 우리의 6개월 (0) | 2014.07.29 |
어느 날 벼룩시장 (1) | 201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