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겨운 걸 못참고
금방금방 새 물건을 사고 싶어하고
쌔물건 뜯는 걸 아주아주 좋아하는 타입이지만
정반대로
좋아하는 건 아주 오래 간직하고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좋아하는 옷이나 신발, 가방, 학용품 등
한번 꽂히면 두고두고 버리지 않고 닳아서 없어질때까지
함께 한다.
대학교 2학년때쯤 학교 앞 리어카에서 샀던
집게핀.
머리건 몸이건 장신구 하는 걸 몹시
싫어하는 타입이라
삔을 잘 사진 않던 나였지만
그땐 왠지 뭔가 하나를 사야만 했던
사고 싶었던 감성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고르고 골라서 4900원에 이 집게핀을 삿다.
사진으로 보면 매우 징그럽지만
실제로 보면 (나에게는)매우 이쁘고 완벽한 집게핀이다.
여전히.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직 쌔거같은 느낌이다.
역시나 구매 후에도 잘 착용하지 않아서 인 것도 있지만
워낙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다.
아마 죽을때까지 버리지 않을 것 같다.
이 민소매 티셔츠는
원래 내것이 아니고
내가 산 것 도 아니다.
동생이 누구한테 얻어 입은 걸 내가 이어받아서
근 10년 가까이 입고 있는 옷이다.
이제는 검은색이 바래져서 누가봐도 헌옷이지만
나한테는 아직 괜찮은 옷이다.
이번에 동생집에서 하루 지내면서 이걸 입고 잇었더니
동생은 이제 제발 버리라고, 이 거지같은 농구선수옷이라고 하고
제부도 누가봐도 시골원주민 같은 느낌의 허름한 옷이라고 놀렸다.
하지만 나한테는 아직 대체불가의 옷이며,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집엔(부산 본가)
나만큼 나이를 먹은 선풍기가 있다.
세련된 영문로고가 아닌 한자로 선명히 새겨진 브랜드.
요즘은 거의 보기 힘든 5날개.
플라스틱이 아닌 스뎅(혹은 철)망.
하지만 집안 식구 누구도 이 선풍기를
버리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멀쩡히 작동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식구와 손님을 통틀어
가장 사랑 받았던 미풍(S)모드가 사망한 몇년전까지
이 선풍기는 100점 이상의 바람을 선물하는
최고 시원한 선풍기다.
(아쉽게도 그날 이후는 98점)
정말 앉아서 바람을 맞아보면
다른 선풍기와는 차원이 다른 바람이 나온다.
절대 보장할 수 있다.
바람이 쎄서 시원한 게 아니다.
정말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그리고 왠지 자연바람 같은 느낌도 든다.
많은 사람들의 증언도 들이댈 수 있다.
물론 최신형 다른 선풍기도 있지만
사람들은 이 선풍기를 더 차지하고 싶어한다.
이 선풍기가 다른 것들에 비해
왜 월등히 시원한 바람을 내는지는
정말 미스테리이다.
하지만
선풍기 모터가 살아 있는 한,
40살이 다 되어가는 이 선풍기는
여름마다 우리집 효자노릇을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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