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오래되진 않은 것 같다
한 5년? 길면 10년?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은 지.
나 역시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내 식대로 내 회로를 거쳐 나의 언어로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도 당연히 그럴거라는 걸 왜 몰랐을까.
아니 그렇더라도 내가 한 말이 나의 뜻 그대로 전달될 거라고 어떻게 그렇게 모른 채 살아왔던 걸까.
몰랐던 걸까?
어쩌면 실제로 그것은 내가 깨닫게 된 그 즈음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하고자 한대로 적확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 쯤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 것일 수도 있지.
어쨌거나 이 일은 나에게 말을 할 자신감과 의지를 떨어뜨렸다.
상대가 원래의 내 뜻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내 의중을 재차 물어왔을 때 나는 너무 놀라고 허무해서 진심을 설명할 힘을 잃게 되었다.
그쪽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 불손한 의도를 가지고 내 말을 곡해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내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나는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까.
어떻게 하면 예전의 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니, 예전에 갖고 있기는 했던 기술일까.
나는 왜 제대로 말하는 법을 잃었나.
모두가 그럴까.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면 본인의 생각이 온전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당연한 전제로 갖고 있는 것일까. 그렇기 때문에 한번 더 설명하고 대충 인정하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걸까. 정말 괜찮은 걸까.
나는 괜찮지 않은데. 너무 갑갑하고, 속이 상하고, 힘이 빠지는데... 그러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말을 잃게 되는데...